동북아의 안보 정세 추이와 신 냉전 기류 형성

- 한반도가 고래 싸움에 새우등 트지는 격이 안 되려면-

 

< 이선호: 한국안보평론가협회장, 전 국방대 교수 >

 

21세기 국가안보는 냉전시대의 미국ㆍ소련 양극체제 이데올로기 및 군비경쟁이 사라져 전쟁의 위협은 다소 줄어들었다고는 하지만, 지구촌 도처에서 일어나는 각종 분쟁과 갈등은 여전히 국가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가 위치한 동북아 지역은 세계에서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강력한 힘을 가진 국가들의 전략적 이해관계에 둘러싸여 있는 특수한 안보환경인 신냉전기류가 흐르고 있는 것이다.

동북아에는 역내 국가들 간의 상호교류와 다자협력이 증대되고 있으나, 북한의 핵무장, 대만과 중국간의 양안문제, 일본과 한국 및 중국간의 해양주권문제(독도와 센가꾸도) 등 해묵은 갈등과 분쟁요인이 상존하고 있어 역내 국가들 간의 안보불안을 증폭시키고 있다.

한마디로 동북아는 한반도를 위요한 세계4대강국이 군사력과 경제력으로 상호 각축과 패권 다툼을 하는 국제권력정치의 장이 되고 있으며, 4강이 자국 실리를 추구하면서 서로 협력과 견제를 도모하고 대립과 경계를 강화하는 추세이다. 한국과 중국, 일본이 영토 및 과거사 문제 등으로 삼각 갈등을 빚으면서 동북아시아가 새로운 냉전시대를 맞고 있다.영토 문제에서 비롯된 세 나라 사이의 공방전에다 국제사회의 새로운 이슈인 북한의 장성택 처형에 따른 체제안정화 처방으로 추가 핵실험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어 한반도를 위요한 주변 강대국의 자국실리 추구에 따른 안보 정세 변화는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중국은 1990년대 중반부터 경제성장이 고도화되기 시작하여 드디어 2009년엔 독일을 제치고 세계2위의 수출국이 되었고, 2010년엔 GDP순위에서도 일본을 제치고 42년간 누려온 일본의 2위 자리를 탈환하였다.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세계2위의 군사비(1293억달러) 지출국이 되고, 핵탄두 보유량도 세계3위이며, 미국과 러시아에 이어 세계 3번째로 유인우주선 발사까지 성공하고 보니, 이 같은 급격한 국력신장은, 산업구조와 정치개혁부재 등 부정적 제한 요인도 있지만, 2030년이면 미국 마져 추월하여 명실상부한 세계최고의 강대부국으로 부상할 전망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또한 러시아의 바랴크함을 도입 개조한 50대의 함재기를 탑재할수 있는 항모를 시험운전하면서 수척의 자체 항모를 개발중이며, 잠수함발사 탄도탄(SLBM)을 장착한 핵추진잠수함(SSBN)을 실전배치 직전에 있고, 사정 12,000KM의 대륙간탄도탄 동풍-2도 개발 중인 바, 중국의 대외투사전력은 미국을 위협할 태세이다.

그리하여 중국 위협론이 현실화됨으로서 미국은 전략적 재확인(strategic reassurance) 원칙으로 중국과는 참여(engagement)와 저지(hedging)의 적절한 조화를 도모하면서 실용적 협력관계를 지속하고 있다. 미국은 새로운 세계질서(New World Order)의 개념을 주창하며 미래의 모든 잠재적 경쟁국의 부상을 봉쇄하려는 의도(중국, 일본, 독일 등) 즉 미국이 세계적 패권을 지속 장악하려는 의도를 표출하고 있다. 이것이 국가이익증진에 적합한 세계안보환경을 주도적으로 창출하려는 미국의 세계전략목표이다. 이와 관련하여 21세기 미국의 안보 전략 중 특기할 만한 점이 바로 미일 동맹의 순항이라고 하겠다. 1990년대 초 이후 미일 관계는 일본 때리기(Japan Bashing)에서 일본 통과(Japan Passing), 나아가 일본 무시(Japan Nothing)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을 경유했으나, 미국은 일본이 아태 지역 방위에 대한 비전, 즉 글로벌 안보를 위해 미국과 책임을 분담할 것을 상정한다. 효율적인 안보 협력을 위해 유엔헌장의 기본 정신인 “one for all, all for one“에 충실토록 일본의 집단 자위권 행사(collective self-defense) 유보 조항, 즉 동맹 협력의 장벽을 제거할 필요가 있다는 논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는 잠재적 경쟁국으로 지목되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는 차원으로 미국과 영국이 일본의 집단자위권 행사를 부추기고 있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미국은 비대칭적 위협 세력을 억제하고자 동맹과 우방의 공조 하에 비대칭적 이점을 강화하여 불확실한 안보 위협 제거를 도모하려는 것이다. 여기서 억제란 적으로 하여금 도발을 하게 되면, 감당하기 어려운 보복 가능성을 초래한다는 것을 확신시킴으로써 행동 자체를 제어하는 심리적 수단인데, 이것이 상대적으로 합리적 정책 결정 구도를 가지고 있던 소련에는 효과가 있었으나, 북한같은 불량국가의 비합리적/비이성적 정권에는 적실성이 없기 때문에 사전에 응징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발상을 하게 된 것이다. 약소국이 핵을 포함한 대량살상무기 및 장거리 미사일을 획득하거나 미국의 컴퓨터 망을 두절시키고 테러집단이 미국을 겨냥하는 예가 그것이다. 만약 미국이 이러한 테러전의 공격대상이 될 경우, 일본이 자국이 피해를 입은 것과 같은 맥락에서 대응세력을 즉각 투사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한다는 뜻이다. 국제관계에 있어서 역내 강대국의 협력은 지극히 현실적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니, 중국은 부상하고 있는 자국의 힘을 만끽하면서 누구에게 밀려서 어떤 정책을 바꾼다는 것은 외교정책상 국가 위신상 용인되지 않는다고 본다. 이미 세계적 대국으로 성장한 중국에게 한국이 미국을 배경으로 대북정책을 바꿔달라고 요구하거나 바란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오래전에 나포레옹이 “잠자는 사자, 중국을 깨우면 세상이 요동칠 것이다”라고 한 경고가 현실화된 것이다.

중국은 경제발전을 위해 안정적 대미관계를 희망하고 있지만, 동시에 여전히 유일초강대국인 미국의 아시아에서의 중국 봉쇄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하는 입장이다. 한국은 중국과의 경제관계 심화에도 불구하고 한반도의 안전과 안정을 위해서는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가일층 강화해야 한다. 같은 맥락에서 북한이 중국과의 특수 관계를 유지하고 있음을 전제한다면, 한국이 중국으로 하여금 국제사회의 무법자인 북한을 단속해 주기를 바람은 과욕일지 모른다.

한국은 한반도의 긴장고조가 한미군사동맹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으나, 중국은 북한에 대한 영향력 행사가 약화될 것을 우려함으로서 한중관계가 손상될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하니, 한미관계 강화가 한중관계의 약화로 이어지지 않아야 한다. 오늘날 한국과 미국 그리고 일본은 가치기반동맹을 형성해 있으며, 북한과 중국 그리고 러시아는 정치/군사 균형 관계를 이루고 있고, 다른 한편으로 한국과 중국 그리고 일본은 경제적 상호의존관계 속에서 이해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이다.

특별히 불순한 안보환경에 처한 한국은 이 같은 복잡 미묘한 주변 4강의 역관계와 자국실리추구란 국제간의 권력정치 메카니즘에 따라, 고래싸움에 세우 등 터지는 격이 안 되기 위해 전방위 외교와 국익우선의 안보정책을 펴면서, 당면한 한반도의 남북 간 무력대치 현실을 슬기롭게 평화 지향적으로 극복하고, 대망의 선진화와 통일을 이룩해야 할 중차대한 시점에 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