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동북아 안보정세와 한반도 안보상황

 

· 분석·평가의 기본 틀: 범세계적, 지역적, 한반도적, 국내적 차원

한 나라의 국가안보문제는 단순히 인접한 이웃 나라와의 관계와 국내의 안보상황에만 한정되지 않고 넓게는 범지국적 차원과 지역적 차원의 안보상황과 연관된다. 그래서 한 나라의 안보상황도 네 가지 분석·평가의 수준 (또는 단위)에서 이루어져야 종합적인 시각을 반영할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기술과 통신 및 생활방식의 세계화시대에는 하나의 국가의 실존방식이 독립적으로 결정되거나 영위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한 나라의 국력이 중진국 수준을 넘어서게 되면 범지구적, 지역적 역학관계를 무시할 수 없게 된다. 한국처럼 남북한이 각기 이념을 달리하는 더 큰 세계와 연결되어 있는 경우에는 종합적인 인식과 시각이 중요시 된다.

 

· 범지구적 차원: 군사대결과 정체성 전쟁 가능성의 증대

· 냉전적 군사대결의 지속: 범지구적 차원의 안보정세의 기본성격은 변수적이기 보다 오히려 상수적인 성격이 강하다. 왜냐하면 어차피 초강대국과 강대국 중심의 안보상 기본구조가 거의 불변적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곧 과거 냉전시대의 기본적인 군사적 성격이 그대로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냉전’이란 ‘열전’에 대응되는 표현으로 실제적인 전쟁은 발발하지 아니하면서도 강력하고 심각한 군사적 대결이 지속되는 상황을 의미한다. 그래서 냉전상태는 불안정을 잉태하고 있는 ‘불안한 평화’ 상태로서 군사적 대치상태의 ‘차디찬 평화(cold peace)' 상태를 의미하는 것이다. 전쟁은 없지만 전쟁과 같은 불안하고 불안정한 공포의 상황 만연되는 차디찬 ’무장평화‘상태를 의미한다.

원래 냉전상태는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되었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자유민주 진영과 소련을 중심으로 하는 공산주의 진영 간의 진영대결( 양극체제), 자유민주주의와 공산주의 간의 이념대결, 그리고 군사대결의 기본성격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정확히 1991년 소련과 동구 공산권 진영이 무너지면서) 진영대결과 이념대결의 성격은 거의 사라지게 되었다( 비록 중국, 큐바, 베트남, 북한 등이 공산주의국가로 남아 있을지라도) 그러나 21세기에 들어와서도, 아니 먼 미래에도, 여전히 전 세계의 대부분의 나라들이 상비군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군사적 대결의 기본성격은 소위 ‘탈냉전시대’에도 변하지 아니하였다. 미국과 소련 등이 핵무기를 포함한 군사력을 다소 감축하였다 할지라도 무기의 질적 발전을 이루고 있고, 중국과 일본 북한 등이 군사력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에 군사대결의 기본 성격은 그대로 지속되고 있다. 그래서 엄격히 말하면 21세기도 소위 ‘탈냉전시대’가 아니라 ‘후냉전’ 또는 ‘냉전 후기시대(post-cold age)’ 인 것이다. 그러므로 인류가 절대무기로 무장된 상비군 체제를 벗어나지 않는 한 군사대결 상태를 벗어날 수 없고 ‘무장평화’상태로부터 해방될 수는 없는 것이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본다면 21세기 인류의 희망은 이왕이면 ‘불안한 공포’의 ‘무장평화’ 상태보다 보다 더 안정적인, 서로 소통하고 신뢰할 수 있는 무장평화 상태 속에 사는 것일 것이다. 그러니까 완전한 비무장 상태의 평화시대는 영원히 도래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결국 인류는 절대무기를 비롯한 폭탄을 베고 살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 정체성 전쟁 가능성의 증대: 21세기의 또 하나의 안보상의 특징은 핵무기를 포함한 절대무기를 보유한 (초)강대국들 간에 상호공포의 균형이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전면전쟁의 가능성은 아주 희박해졌지만, 국제적 국내적 차원의 테러와 범지국적인 사이버 터러 등으로 나타나거나 내전상태로 시작하여 지역전쟁으로 확산되는 소위 ‘정체성(identity)'에 근거한 전쟁의 가능성이 상존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더욱 기승을 부릴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냉전시대에는 미국과 소련이라는 양 진영의 주장국가가 진영내 국가들을 통제하고 있었기 때문에 지역전쟁 발발이나 소규모 전쟁 발발을 억제할 수 있었지만 이제 진영이 허물어지고 주장국가가 퇴진하였을 뿐만 아니라 국력이 크게 성장한 준 초강대국 또는 강대국들이 힘이 강화되면서 진영적 통제력이 약화되자 각 지역과 각 국가들과 각 교전단체들의 독립적 행동반경이 넓어지게 되고 행동의 자유가 확대되어 분쟁이나 대결의 소지가 크게 증대되게 된 것이다. 개별 국가에 있어서도 국제적 차원에서와 마찬가지로 중앙통제력이 약화되자 제 종족 간, 제 종파 간, 제 종교 간, 제 정치세력 간,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민세력과 독제정권 간의 무력 투쟁이 국제적 유대를 넓히면서 자신의 정체성(identity)을 확실히 하기 위한 투쟁으로 확대되고, 이들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무력투쟁을 전개하고 있는 것이다. 국제안보에 책임을 지고 있는 강대국들이 모른 척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이웃 국가들의 안위를 위협하니 자연히 전단이 확대되어 지역적, 범세계적 안보불안이 증대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들 무장단체들이 무차별적 테러와 사이버 테러등 초테러(superterror)적 수단과 방법을 활용하고 있기 때문에 그 불안이 범지구적으로 확산되는 것이다. 이제 인류는 핵무기라는 절대무기뿐만이 아니라 초테러리즘이라는 공포 속에 노출되게 된 것이다. 현재 중동 및 중앙 아시아, 러시아 남부지역, 북아프리카지역 등 이슬람권과 아프리카 전역에서 이러한 국제테러리즘이 잦아들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 동아·태평양지역의 지역적 차원: 군사력 강화와 영토·해양분쟁 가능성 증대

·지정학적·지전략적 군사대결 가능성의 증대: 동아시아·태평양지역은 세계의 강대국들이 집결되어 있고 아직도 이념적, 영토적 대결의 전선이 형성되어 있는 불안한 군사대치지역이다. 이 지역은 중국과 러시아를 한 축으로 하는 북방 대륙세력과 미국과 일본을 한 축으로 하는 남방 해양세력이 만나는 지역이다. 아직도 냉전시대의 이념적 대결상태가 지속되고 있고, 군사강대국을 추구하면서 미국과 ‘신대국관계’ 형성을 공공연히 추구하는 중국과 대외적인 군사적 역할을 강조하면서도 ‘보통국가’로 위장한 ‘정상국가(normal state)’를 추구하는 일본, 여기에 전략적 균형유지를 위해 ‘아시아 중시정책(pivot to Asia)'을 표방하면서 ’재균형(rebalancing)' 정책을 추구하는 미국과 적어도 안보상으로는 대결의 전단이 형성되어 있는 것이다. 중·일 간, 한·일 간 해양 영토분쟁도 국지전쟁의 불치를 않고 있다.

동북아·서남 태평양지역은 엄밀하게 보면 여전히 ‘지정학(geopolitics)' 또는 ’지전략(geostrategy)적 기본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중국과 일본의 군사력 증강이나 미국의 ‘아시아 중시정책’과 ‘재균형‘ 정책도 오랜 역사적 유산인 지정학적, 지전략적 구조에 연유하는 것이다. 대륙세력과 해양세력 간, 전통세력과 신흥세력 간의 전략적 균형을 위한 쟁쟁과 대결이 이 지역의 기본적인 안보상의 특징이었다. 중국이 강해지면 일본과 미국이 대응에 나서게 되고 일본이 강해지거나 미국이 전략적 개입의 강도를 높이면 중국이 대응에 나서게 된다. 러시아까지 기어들면 이지역의 전략적 균형관계는 더욱 복잡해진다. 게다가 남북한이 분쟁과 무력투쟁의 가능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관련 강대국 간의 전략적 견제와 대결은 피할 수 없게 된다. 비록 비군사적인 국면에서는 협력이 가능할지라도 전략면에서는 견제와 대결이 전개되는 것이다.

최근에 중국은 국력이 강해지면서 ‘도광양회’(韜光養晦: 강함을 숨기고 힘을 기르는 것)와 ‘유소작위’(有所作爲; 필요한 곳(때)에서 행동을 하는 것)의 대외정책을 넘어 ‘주동작위’(主動作爲: 적극적으로 행동에 나서는 것)의 대외정책을 펼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일본도 동아시아평화 추진을 외관적인 명분으로 내걸고 군비확장을 추진하면서 헌법개정과 무기수출금지 3원칙 수정, 비핵화 3원칙 재검토, 지역 내에서 자국의 국경을 넘어 집단적 자위권행사 조치 추구 등 정상(보통)국가의 길을 추진하고 있다. 러시아도 경제적인 안정이 이루어지면 동아시아지역의 군사력강화를 시도할 기미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동아시아-서태평양 지역은 불안한 군사대치상태가 강화될 현실적인 가능성을 두드러지게 드러내고 있다.

 

·해양 영토분쟁 가능성 증대: 중국과 일본 간의 센가꾸열도, 한국과 일본 간의 독도, 중국과 필립핀 간의 남사·서사군도 등 해양영토분쟁의 폭력화 가능성은 상존해왔다. 어느 한 쪽이라도 강하게 나오면 상대방도 더 강하게 대응할 가능성이 있어 국지적 열전의 가능성은 증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전략적 세력균형 유지라는 지전략적 이해관계 때문에 미국이 나서게 되면 사태는 더욱 복잡해질 수 있을 것이다. 최근에 일본이 사태를 악화시키려고 하고 있기 때문에 불안은 증폭될 소지가 있다.

 

· 한반도 차원: 북한의 정치 불안으로 인한 무력도발 가능성 증대

한반도의 안보상 불안은 단지 북한의 대남 무력위협과 군사적 공갈·협박이 주원인으로 작용해 왔다. 왜냐하면 한국은 남북한의 평화적인 상생공존과 평화통일을 추구하면서 사실상 북한이 도발하지 않는 한 북한을 침공하지 않을 것이며,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고 존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이 선군정치로 군사력을 강화하고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 등 전략적· 작전적 수준의 기습무기를 계속 개발하면서 ‘서울 불바다’식 공갈 협박과 파렴치한 정부비방과 선동을 일삼는 한 한국정부는 이에 대응하는 적절한 방어책을 강구하지 않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남북한 간에는 북한의 무력도발에 의한 우발적 충돌 가능성이 항상 상존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의 북한사정은 상당히 복잡하고 불안한 것 같다. 작년 12월 12일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장성택 사형 이후 권력투쟁이 드러날 수도 있고 이로 인해 권력 상층부가 혼란해지고 주민들이 동요하게 되면 주민들의 관심을 외부로 돌리고 권력 내부의 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국지적인 무력도발 또는 추가적인 핵실험이나 미사일실험을 할 가능성도 없지 않을 것이다. 탈북자를 통제하기 위해 국경경비를 강화하고 주민과 정권과의 갈등이 높아지면 우발적 충돌이 국경외부로 확산될 수도 있고 국경부근의 중국군이 개입할 수도 있을 것이다.

북한이 1월 1일 신년사와 1월 하순(1월 24일)에 남한과의 관계개선을 제안하면서 상호비방을 중지하자는 제안을 하고 있으나 이는 한국 측에 제안할 사항이 아니라 북한 스스로 대남 비난과 비방, 선전·선동을 멈추면 될 일이다. 왜냐하면 한국은 북한을 비난하거나 비방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마치 상호 비난이나 한 것처럼 책임을 한국에 전과하는 태도는 그들의 의도가 위장평화공세임을 의미하는 것이다. 만일 당분간 북한의 김정은의 기반이 안착될 때까지 당분간 조용하게 있다하더라도 언제 태도를 표변할지 모르는 일이다. 과거에도 위장평화공세 이후 거의 예외 없이 무력도발을 자행하였기 때문이다. 북한이 핵무기와 중장거리 미사일을 폐기하고 기습전력을 의미있는 수준으로 감축하며 1991년의 ‘남북 기본합의서’를 다시 준수하기로 확실한 약속을 하지 않는 한 북한의 진의에 신뢰를 줄 수 없는 것이다. 신년사에서 대남 관계개선을 제안하면서도 군사력 증강과 경제성장 병진정책을 강조하고 있고 소부대 (특히 중대급) 전투와 침투훈련을 강화하면서 한미 간의 방어훈련 중지를 요구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은 심히 우려되는 상황이다. 미국 태평양 사령관(라클리어 제독)의 우려(1월 21일)와 같이 북한이 의한 전쟁발발 가능성은 높아질 수 있다.

 

· 국내적 차원: 종북좌파로 인한 이념갈등의 심화와 혼란

국내에서 아보상황을 어렵게 하는 것은 종북좌파세력들의 무분별한 이념투쟁과 난동이다. 한국내의 종북좌파세력들에 의한 아집적인 이념투쟁과 이로 인한 사회혼란은 민주주의적 요구를 빌미로 날로 심화되고 폭력화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공권력이 도전받게 고 약화되면 종북좌파들의 무분별한 행동은 더욱 증대될 것이다. 국가정체성이 도전받게 되고 치안이 어렵게 되면 사회혼란이 과중되어 한국의 국제적 위상이 위축되고 국제협력이 장애를 받게 될 것이며 한미동맹의 기축이 흔들릴 수도 있게 될 것이다. 역사교과서 논쟁에서 드러난 이들의 의도는 포용의 수준을 넘고 있다. 국내 안보상황이 안정되지 못하면 불확실하고 유동적인 남북관계와 지역정세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할 수도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