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해병대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에 대하여 ======================================- -공정식 전 사령관의 글- 1. 어제의 해병대 우리 해병대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 다음해인 1949년 4월 15일 창설되었습니다.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의 지리적 여건과 여 · 순 반란사건의 전훈에 따라 수륙양면 작전의 필요성이 대두되어‚ 진해 덕산 비행장에서 상륙작전을 주 임무로 하는 해병대가 해군의 일부로서 창설되었습니다. 그 당시 초대 사령관 신현준 중령 휘하 380명은 해군에서 편입한 장교 26명과 하사관 54명 그리고 병 300명으로 온갖 고난과 역경을 헤쳐 나가면서,‘무에서 유를 창조 한다’는 해병대 정신으로 해병대의 굳건한 초석을 다지기 시작하였습니다. 1948년 10월 19일, 전남 여수와 순천 지구에서는 반란, 폭동사건이 발생하여 군, 경을 비롯한 약 2,000여명의 관민이 살해당하는 끔찍한 비극이 초래된 바 있습니다. 육군의 진압작전을 지원하기 위해 편성했던 해군진압부대는 제반 여건과 능력의 한계성 때문에 해상으로 도주하는 소수의 반란군을 분쇄했을 뿐 이렇다 할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던 것입니다. 그리하여 손원일 해군참모총장을 위시한 해군 수뇌부에서는 그 작전의 결과를 면밀히 분석하는 과정에서 해군에 해병대와 같은 특수한 전투부대가 필요함을 절감한 나머지 해병대 창설의 당위성이 인식된 것입니다. 해병대가 창설된지 1년여만에 6.25전쟁이 발발하자, 불과 1개연대 규모인 해병대가 낙동강 방어선의 서측방에서 최초로 감행된 공격작전에 투입되었습니다. 해병대는 부산으로 진격하려는 적의 예봉을 일단 좌절시킨 다음 마산 인근인 진동리 일대의 작전에서 인민군 제6사단의 주력을 반신불수로 만드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함으로서 한국 전쟁 중 처음으로 전장병 1계급 특진의 영예를 차지하게 된 것입니다. 1950년 8월 17일, 뉴욬 헤럴드 트리뷴지 등 외신 기자들은 이 진동리 작전의 성공을 보도하는 기사에 "귀신 잡는 해병대"와 “무적 해병대의 상징” 이라는 찬사로 대서특필 보도하였습니다. 진동리 작전의 여세를 몰아 사기충천한 해병대에 의해 감행된 한국군단독의 통영 상륙작전에 성공함으로서 적의 거제도 공략과 부산 진출 기도를 조기에 좌절 차단시켰던 것입니다. 계속하여 해병대는 1950. 9. 15 유엔군 제7합동기동부대에 의해 감행된 인천상륙작전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미해병 제1사단에 작전배속되어 D일 오후 만조시에 인천에 상륙, 일사천리로 미해병대와 함께 김포비행장을 점령 한 다음, 한강을 도하하여 경인가도를 거쳐 적이 점령하고 있던 서울 외곽 방어선인 104고지와 연희고지를 치열한 교전 끝에 탈환하였습니다. 동월 26일 오후에는 제2대대가 서울시청에 태극기를 올리고, 계속 전진하여 27일 오전 6시경 중앙청 돔에 태극기를 게양하는 감격을 누렸으며, 수도 서울을 탈환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였습니다. 그리하여 그 익일인 9월 29일 중앙청 중앙홀(현재의 서울 시 의회)에서 이승만 대통령과 맥아더 원수 등이 참석한 역사적인 환도식을 거행하도록 뒷받침한 것입니다. 계속하여 우리 해병대는 원산 상륙작전에 참가 후, 중동부 전선 태백산맥의 난공불락 요새진지인 도솔산 전투를 비롯한 수 많은 작전에서서 엄청난 피를 흘렸습니다. 당시 본인은 보병대대장으로서 도솔산의 24개 목표를 마지막으로 탈환점령하자, 마침 그 날이 본인의 생일임이 알려져 이승만 대통령께서 직접 생일축하케이크를 갖고 전투현장을 방문하여 본인의 노고를 치하해 준 역사적 사실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때 미국 의회에서 해병제1연대를 찬양하는 감사장을 보내 왔으며, 이승만 대통령이 “무적해병”이란 친필 휘호를 하사한바 있습니다. 대통령께서는 다시는 수도 서울을 적에게 빼앗겨서는 안 될 것이니 미해병대와 한국해병대가 서부전선으로 이동하여 서울을 사수하라는 엄명을 내렸습니다. 그리하여 한미 해병대는 임진강 일대로 이동 배치 되어 휴전시까지 중공군과 정면대결하면서 지금의 도라산역 일대에서 한치의 땅이라도 더 차지 하고자 혈전에 혈전을 거듭했던 것입니다. 근 2년여에 걸친 휴전 협정이 1954년 7월 28일 체결됨으로서 피아간의 일진일퇴의 진지전이 막을 내렸지만, 한미 해병대는 그 후 2년여간 이곳에서 휴전선을 지켰으며, 우리 해병제2사단이 지금도 한강하구와 김포반도 및 강화도 일대 도서를 점령방어하고 있습니다. 1964. 8. 3 정부와 국회는 공산 침략에 직면한 자유월남공화국을 지원하기 위하여 한국군의 월남 파병을 결정함에, 해병대는 1965. 9. 20 청룡부대를 창설하여‚ 맹호부대나 백마부대에 앞서 우리나라 5천년 역사상 전투부대로서 맨 먼저 외국 원정군을 파송하였던 것입니다. 1965. 10. 9 캄란에 상륙한 청룡부대는 뚜이호아지구‚ 추라이지구‚ 호이안지구로 차례로 진지를 옮겨 북상하면서 전투를 수행하였습니다. 6년 4개월 동안 짜빈동 작전 등 수많은 전투를 통하여‚ 조국의 명예와 해병대의 용맹성을 발휘하여 ‘신화를 남긴 해병대’의 전통을 수립하였다 특히 짜빈동 작전에서 해병대 1개 중대가 월맹 정규군 2개 연대 병력의 야간 기습공격을 받고도 육박전, 역습, 진내사격 등을 실시하여 4시간 동안 사투 끝에 적을 격퇴하고 적 사살 243명의 대전과를 올려, 월남전 사상 중대 규모로 최대의 전승 기록을 남겼던 것입니다. 이 전투로 중대원 사병 전원이 일계급 특진의 영예를 얻었고‚ 한 · 미 대통령 부대 표창을 수상하였으며, 중대장과 소대장이 태극 무공훈장의 영예를 안았습니다. 파월 기간 중 청룡여단은 3회의 대통령 부대 표창을 비롯하여 1회의 미 대통령과 월남 대통령의 부대 표창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파월기간 중 육군의 연 참전인원이 28만8천여명이고, 청룡부대는 3만6천여명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나 육군의 전사자 3,859명인데 반하여 청룡부대가 1,124명을 점하고 있으니, 이 같은 대단히 높은 비율의 전투손실은 해병대가 17도선 부근의 월맹정규군과의 치열한 접전 기회가 상대적으로 더 많았기 때문입니다. 2. 오늘의 해병대 현행 국군조직법을 보면 “해군은 해상작전 및 상륙작전을 주 임무로 하고 이를 위하여 편성 장비되고 필요한 교육훈련을 실시한다”, “국군은 육군, 해군 및 공군으로 구성하고, 해군에 해병대를 둔다”고 규정되어 있습니다. 현재 2만8천명의 병력으로 구성된 해병대는 제1사단(포항), 제2사단(김포), 제 6여단(서북도서), 그리고 제주방어사령부(제주도)가 주력부대입니다. 국군조직법 상 해군의 양대 임무가 해상작전과 상륙작전으로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륙작전을 위한 가용 상륙군이 2개사단(+)이나 됨에도, 해군 함대의 수상함 중 상륙함 세력은 1개 연대를 상륙시키기에도 부족한 현실이고, 상륙작전을 위한 함안이동, 항공, 함포, 및 해안지원 소요는 절대부족인 바, 해병대의 존재가치가 평가 절하되고 있는 것입니다. 불행하게도 1973. 10. 10 경제적 군 운용 목적으로 해병대사령부 및 교육‚ 군수지원 부대가 해체되고 해군에 14년간 통합 운용됨으로서 머리가 없는 몸체만 남겨진 해병대의 전력 관리상 허다한 문제점이 노출되어 상륙작전에 관한 지휘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필요성이 대두됨에 따라 해병대 부대를 통합 지휘할 기구인 해병대 사령부를 1987. 11. 1 재창설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 후 1992. 12. 1 해병대 부대를 상륙작전 위주로 운영하고 모든 예하부대를 지휘하여 연합사 전략예비부대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연합해병대사령부(CMFC)가 창설됨으로‚ 제1사단과 제6여단의 작전권을 포함한 지휘기능을 갖출 수 있게 되었습니다. 현 해병대 사령부 신청사는 1994. 4. 6 준공‚ 경기 화성시 발안읍으로 이전함으로써 해병대 전통정신을 계승하고 미래지향적인 해병대 역사를 창조하는 요람지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이제 조직 및 정원에 관한 통칙‚ 해병대 직제령‚ 군 인사법시행령‚ 국방기획관리‚ 예산 및 군수품 관리‚ 국방보도 규정‚ 군무원 인산 관리 지침‚ 예비군 실무 편람 등에 대한 법령 및 규정을 개정하여 해군참모총장이 해병대사령관에게 행정권을 대폭 위임함으로써, 미래전에 대비한 다목적 신속 대응군으로서 해병대 위상을 제고할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해병대 사령관의 위상이 3성장성으로서 국군최고위직이 되도록 법적 제도적으로 보장되어야 함에도 그러하지 못하고 있으며, 해군본부와 해군 육상부대 그리고 국방부와 합참 및 국방부 직할부대와 기관의 해군직위를 해병대에게 안배하지 않고 있어 해병대 고급장교의 경력관리 및 승진에 불이익이 있음도 문제입니다. 최근의 연평도 적 포격사태 발발 이후, 백령도에 서북도사방어사령부가 해병6여단을 주축으로 합동군 조직으로 창설되어 해병대사령관이 이 부대의 사령관직을 겸무하게 되고, 병력과 화기 및 장비가 대폭증강 배치됨으로서 백령도, 대청도, 소청도, 연평도, 소연평도 및 우도의 6도를 해병대가 불침항모와 같은 고수방어진지로 재편성 방어하게 됨으로서 해군제2함대의 NLL방어 임무를 가시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는 것입니다. 3. 내일의 해병대 해병대는 어디까지나 해군의 일부인 바, 해병대의 상륙전력 발전은 해군력 발전과 맥을 같이 하게 됩니다. 해군의 대양해군 건설을 지향한 미래 발전 청사진을 보면, 현재 수상함세력, 수중세력 그리고 해상 항공세력의 증강엔 전력투구하면서도, 해상투사세력의 가장 핵심적인 요소인 상륙전력의 발전에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희박한 것이 사실입니다. 현대적 개념의 4위1체 균형 해상세력이 되어야 대양해군으로서 위용을 갖출 수 있는 바, 해군의 3대 역점 세력증강 분야는 물론 수륙양용전력을 위한 상륙함 건설에도 소흘함이 없어야, 균형함대세력(balanced force)으로서 바로 설수 있을 것이며 국가이익을 지킬 수 있는 국력의 일부로서 그리고 해양력을 뒷받침하는 가시적 해군력이 될 것임은 불문가지입니다. 미래의 통일 한국을 내다보면서 한반도의 지정학적 지전략적 환경을 전제 할 때, 지상군 절대 우위의 현 군사체제 보다는 필연적으로 해군과 해병대가 한 팀이 된 해상세력이 국가안보역량의 어뜸이 되는 제1의 군종으로 거듭나야 함은 너무도 당연합니다. 해양/연안국가 답게 육해공군채제에서 해육공군체제로 전환해야 나라가 부강해진다는 당위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 한국의 해외 의존적 평시 경제구조나 전시의 군사잠재력 동원 가능성 그리고 국민정서를 봐도 이는 불가피한 현실적 선택이 될 것입니다. 해병대는 이와 같은 맥락에서 생존과 발전의 대전략을 지혜롭게 구상하고 구사해야 할 것입니다. 해군과 해병대 상호간의 가치공유를 위한 양보와 협동 그리고 이해증진에 따라 win-win전략의 맥락에서 원만하게 당면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도 있을 것이라 기대합니다. 해군은 영해와 배타적 경제수역 그리고 해상교통로를 방호 할 수 있는 적정수준의 정예화된 해군력을 건설해야 한다는 것을 너무도 당연합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무역규모는 세계 10위 수준이고, 선박수주량 세계 1위의 해양강국으로 발돋움하고 있으며, 2020년경 G-7 국가와 비슷한 수준의 선진국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는 바, 우리 해군력도 이러한 국가위상에 걸맞게 발전시켜 나가야 함은 당연합니다. 해상투사전력으로서의 상륙기동전력은 장차의 전략환경변화 및 한반도 상륙작전 불가피성, 연합작전 수행 능력제고 등을 고려하여, 해군은 헬기 및 공기부양형 고속상륙정을 탑재하고, 수직/수평 고속 입체상륙작전 지원이 가능한 대형 수송함(LPX)을 확보하여 상륙수송능력을 확대시켜 나가야 할 것입니다. 해병대의 수륙양용전력은 현대 상륙작전의 개념 및 발전추세에 부합되고, 미래의 다양한 안보위협에 신속히 대응 가능한 「다목적 신속대응군」으로서의 임무수행이 가능하도록 입체적인 전력을 건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입체전력의 핵심인 상륙기동헬기와 공격헬기를 확보하여 「공지기동부대형」부대구조를 갖추고, 무인항공기 등 정보, 감시전력과 디지털 전장에서 운용 가능한 지휘ㆍ통제ㆍ통신 무기체계를 점차적으로 확보해 나감으로서 수평, 수직 및 초수평 상륙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자족적 공지기동부대로 발전해야 해병대의 전략적 가치가 부각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하여 해병대는 평시에는 적을 억제하는 기동예비전력이고, 전시에는 적을 선제타격하는 공세적 투사전력으로서 가장 충성스럽고 자장 잘 준비된 경제적 효용성이 큰 철제부대가 될 수 있어야 합니다. 해군이 더 커지려면 해군 속의 해병대진가를 재인식하여 더 이상 고도화되어 있는 상륙전력을 유휴화 무력화 시키지 말고 그 자율성과 특수성을 인정하여 해군력의 자조적 극대화를 도모함으로서 공존공영해야 할 것이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