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촌장이 된 이시형 박사가 내린 건강한 삶의 처방전 =============================================== 지난 2월 21일 간만에 찾아 든 포근한 날씨에 설레는 가슴을 안고 찾아 간 자음과 모음 합정 사옥, 그곳에서 이시형 박사의 산에서 배운 지혜 <이젠 다르게 살아야 한다> 출간 기념 행사가 있었다. 이시형 박사는 대한민국 최고의 ‘정신 전문의’이자 70여 편의 책을 출간한 저자이기도 하다. 하지만 가장 놀라운 것은 80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강원도 홍천에서 ‘힐리언스(Healience) 선(仙)마을’을 꾸려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 마을은 이시형 박사가 5년 전 개원한 자연치유센터로, 각박한 삶 속에서 여유를 잃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건강한 삶을 위해 조성된 공간이다. ↑이시형 작가의 <이젠, 다르게 살아야 한다> 표지 이날 행사에는 20명 남짓의 독자들이 모였는데, 이시형 박사는 늘 수백 명의 청중 앞에서 강연을 하다가 오늘은 한 사람 한 사람씩 눈을 마주보며 이야기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작은 것에서 행복을 느끼고 그것을 진심으로 전달할 줄 아는 이시형 박사, 그래서 그의 이야기가 더욱 궁금해졌다. 이 날 진행은 홍순철씨의 사회로 이루어졌으며 한 시간 가량의 질문과 답변 형식으로 이루어졌다. ↑이시형 작가(오른쪽)를 소개하는 사회자 Q. 현재 홍천에서 색다른 삶을 살고 있는데 왜 그런 결심을 하게 되었는가. 강원도 홍천의 산골짜기를 찾는데 20여 년이 걸렸고 터를 잡은 지는 10여 년쯤 되었다. 그때 나는 대한민국의 격정과 열정의 시대가 지속되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다. 치열한 삶은 상처를 남기기 때문이다. 따라서 곧 힐링의 시대가 올 것이라 판단했고, 이제야 그 시대가 온 것 같다. 경제 전문가인 지인의 말에 의하면 우리나라 경제 순위가 세계 7위라 한다. 그만큼 치열하게 산 것이다. 이제 경쟁 의식을 내려놓고 우리의 몸과 마음을 치유할 때이다. 선마을에 현대의학시설은 없다. 다만 산에서 자연과 호흡하며 스스로를 힐링하는 것이다. Q. 주로 어떤 사람들이 그 곳을 찾는가. 40대에서 50대가 가장 많다. 대기업 간부, 중소기업 CEO가 많고, 최근에는 의사들도 많이 찾는다. 오죽하면 ‘40대 남성 보호소’, ‘달러 박스 관리소’란 별명을 붙였을까. 40대 남성들은 온종일 직장에서 머물기 때문에 자신의 시간이 거의 없다. 집에서도 마찬가지다. 귀가공포증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이렇게 늘 속박된 삶을 살기 때문에 한국의 40대 남성 사망률이 세계에서 가장 높다. 그런데 문제는 본인들도 자신을 걱정하지 않으며 건강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라도 이들을 걱정해 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세파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휴식과 안정을 취할 수 있도록 말이다. Q. 80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왕성한 창작활동을 하고 있는데 그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나오나. 5년마다 한국사회의 과제가 무엇인가 생각한다. 그리고 정신과 의사로서 어떻게 보탬이 될 수 있을지 고민한다. 그것에 집중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50세에 처녀작을 출간하여 이번이 벌써 70번째가 되었다. 그 동안 큰 강당에서 강연만 했었는데 북카페에서 소박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처음이다. 첫 데이트를 하는 것처럼 설렌다. Q. 산에 가기가 쉽지 않다. 자연의 기운을 받는 비법이 있나. 자연을 즐기려면 조금 수고를 해야 하지 않겠나. 주위를 둘러보면 산이 많다. 꼭 산이 아니더라도 고개를 조금만 돌리면 한강도 있다. 한강이나 가로수 길을 거닐어도 좋다. 도심 속에서 흐르는 한강과 가로수 나무가 드리워진 길의 풍경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하지만 중요한 것은 자신의 마음가짐이다. 어떤 사람은 귀뚜라미 소리가 시끄러워 농약을 찾는가 하면, 또 어떤 사람은 귀뚜라미 소리가 좋아서 시골에서 산다. 자연의 기운은 누구나 받을 수 있다. 다만 마음 먹기에 달려있다. ↑선마을에 대해 설명하는 이시형 작가 Q. 힐링 만능 시대라 할 정도로 힐링이 난무하고 있다. 그만큼 우리 사회가 각박하다는 반증이다. 그러나 지나치게 편향되고 있는 것 같아 우려된다. 냄비근성은 민족성이다. 오랜 기간의 노력으로 힐링 시대를 예견했듯, 힐링 붐도 오래 가지 못할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그 점에 대해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힐링 붐은 오래가야 한다. Q. 산에서 배운 가장 큰 지혜가 무엇인가. 산을 오르고 내리는 여정은 우리의 삶과 같다. 숨 가쁘게 정상에 올랐다면 이제 천천히 여유롭게 즐기면서 내려올 줄 알아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다치지 않고 우아하게 내려올 수 있다. 또 산에 오르면 욕심을 줄이게 된다. 욕심을 내다간 사고라도 당할지 몰라 조금 여유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산에서는 급할 수가 없고, 급할 필요도 없다. 산에서 배운 지혜라면 굉장히 많지만 이 부분들을 가장 많이 배웠다. Q. 많은 사람들이 선마을을 방문할수록 박사의 일이 많아진다. 힐링을 위한 산이 일터가 되는 것이다. 여기에서 받는 스트레스는 없는가. 도심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문화 생활을 즐기는 것이 오히려 휴식이 되겠다. 스트레스에는 긍정적인 유스트레스(Eustress)와 부정적인 디스트레스(Distress)가 있다. 같은 스트레스라도 자신이 즐겁게 받아들이면 즐거운 스트레스다. 예컨대 낚시를 취미로 하는 사람은 물고기가 잡히지 않아도 즐겁지만, 낚시가 싫어도 억지로 해야 하는 어부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겠는가. 자신이 그 일을 즐겁게 받아들이면 절대로 병이 되지 않는다. 나는 산에서 하는 일이 즐겁다. 오늘 이 시간도 즐겁다. 세상에 나만큼 축복받은 사람이 있을까 싶을 만큼 즐겁다. 스트레스는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이냐에 따라 전혀 다른 종류가 된다. ↑강연장의 모습 Q. 선마을에서 4박 5일간 머문 적이 있다. 몸과 마음이 건강해졌고 활기찬 인생을 살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일상으로 돌아오니 금방 효과를 잃는 것 같다. 힐링의 기운을 받으려면 계속 선마을을 찾아야 하나.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숲의 효능은 의학적으로 많이 밝혀져 있고, 그 효능을 적용한 사례는 선마을이 처음이다. 물리적으로는 폭포수를 맞으면 항암세포가 증가하여 암을 예방할 수 있고, 우리 몸의 세포가 신선한 정기를 받아 활력을 얻게 된다. 그런데 이 효능이 평생 가는 것은 아니고 약 한 달 정도 지속된다. 다시 원기를 되찾고자 하면 선마을을 방문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여의치 않으면 선마을에서의 좋은 경험을 떠올려라. 창문을 활짝 열고 1시간 동안 그 때의 기억을 회상하고 실제처럼 상상해 보아라. 60%의 효과는 볼 수 있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명산은 따로 없다고 말하고 싶다. 그저 혼자 조용히 있을 수 있는 곳이 산이다. 그룹을 지어 산에 가도, 기본적으로는 혼자 간다는 생각을 가져라. 외국은 등산을 예약제로 하고 6분에 한 번씩 들인다고 한다. 그 곳에서는 큰 소리로 이야기할 수도 없다. 산은 조용히 생각을 정리하고 스스로 위안을 찾는 곳이다. 느리게 가면서 많은 것들을 보고 느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