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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필] 인생의 과거 현재 미래

 나채운

 2009-10-13 오후 5:45:00  1086

 

 


수필  인생의 과거 현재 미래

 

인간은 세 가지의 시간적 범주 안에 산다. 그것은 현재와 과거와 미래라는 시간관념이다. 그러나 아리스토텔레스에 의하면 과거와 미래는 우리의 의식 속에서 과거는 기억으로, 미래는 기대로 존재할 뿐, 실재하는 것은 지각(知覺)으로서의 현재뿐이라고 한다. 그러나 실재적(實在的)으로 말한다면 현재는 존재하지 않고 오히려 존재하는 것은 과거와 미래라는 차원이다. 어느 시간의 한 순간인 초점(秒点)을 말하는 순간에 그 현재는 벌써 과거가 되어버리고, 앞으로 다가올 오랜 시간은 전부 아직 경험하지 못한 미래로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인생은 한정된 한 평생의 시간 속에서 긴 미래를 현재라는 순간으로 맞이해서 긴 과거로 남기다가 어떤 시점에서 미래도 과거도 다 버리고 생을 마감하는 것이다.

인생은 유한한 시간 속에서 오고 오는 미래를 맞이하여 살다가, 가고 가는 과거로 보내는데, 더 맞이할 수 없는 미래가 없는 시각이 죽음이요, 그 시간을 과거로 더 보낼 수 없는 시각에 다닫는 것이 또한 죽음이다. 하나의 생명이 이 땅에 떨어져서 수 많은 연, 월, 일, 시, 분, 초를 향유하다가 그것을 몽땅 잃게 되는 시점이 죽음이다. 그러나 인생은 이 죽음의 시점에 이르기까지는 그 많은 연, 월, 일, 시, 분, 초의 기억들을 과거라는 바구니 속에 담아두고, 회상과 추억에 젖는다. 인생은 살아가는 매 시간에 줄어드는 미래와, 그것과는 반비례적으로 길어지는 과거 사이의 현재를 사는 것이다. 미래는 현재에 흡수되어 없어지지만 우리의 회상과 추억의 바구니 속에 담긴 과거는 우리의 남아있는 일생과 끝까지 함께 간다.

인간은 이 땅에 떨어지는 시각부터 인생의 먼 여정의 미래만 가지고 그때부터 하루하루의 미래의 시간을 먹으면서 산다. 그것은 다른 면에서 말하면 하루하루 과거를 쌓아가면서 살아가는 것이다. 금방 난 아기에게는 99.99999.... %에서 0%까지의 미래가 있는 반면, 0.000001%에서 100%까지의 과거가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하루를 살면 하루만큼 생애의 미래는 줄어들고 과거는 그만큼 늘어가는 것인데, 그 과거가 어떠한 것일까는 잠깐의, 하루하루의 현재가 만들어 내는 데 달린 것이다. 그러나 현재를 창출하는 주체는 결코 개인인 나 한 사람만이 아니고 오늘을 사는 ‘우리’이다. 다시 말하면 오늘 21세기를 사는 우리의 시대는 나 한 개인의 소산이 아니고 우리의 사회와 국가와 전 세계가 창출한 것이다.

오늘 21세기를 사는 우리의 대다수는 20세기를 경험한 사람들로서, 전(前) 세대가 경험하지 못 한 엄청난 변동과 번영을 경험하였다. 제2차세계대전과 심지어 제1차세계대전까지도 경험한 세대이니, 우리의 과거는 실로 격변의 역사가 쌓이고 쌓인 것이다. 몇 차례의 큰 전쟁으로 수 천만명의 생명이 시대적인 희생의 제물이 되었고, 우리의 현재는 우리의 이상인 평화와 번영이 아니라 소위 사회의 삼대악(三大惡 )이라는 범죄와 질병과 빈곤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우리의 미래는 인간 스스로가 만들어 낸 핵무기 앞에서 전인류적인 죽음의 위협을 받고 있는 것이다. 과거를 회고하면 아름다운 추억만이 떠오르고, 현재의 삶에 현대문명의 혜택을 만끽하면서 한 해가 가는 것도 아쉬워하는 생의 향락이 있고, 미래를 향해서는 무한히 푸른 꿈과 큰 기대를 안고 사는 목가적(牧歌的)인 생이 전혀 못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인류적인 공통현상은 인간의 수명이 점점 더 길어지는 것이다. 우리의 조상들이 장수의 소원을 나타내는 말로 ‘송수학령’(松樹鶴齡, 소나무와 학만큼 오래 살기를 바람)을 병풍에 그려놓고 보기는 했지만, 실제로는 50도 못 살고 죽었던 것과는 달리, 70대 인생은 노인 축에도 들지 못하고, 요즘의 70대는 20세기 중반만 해도 50대에 지나지 않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장수의 시대에 사는 우리는 여러 가지의 찬란한 현대문명의 혜택 속에서 생을 즐길 수 있다. 반면 우리 한국인에게는 나라를 잃고, 또 동족상잔의 전쟁으로 쓰라린 과거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 남한은 전쟁의 폐허 위에 한강의 기적을 낳고 세계 선진국에 도달한 번영을 누리고 있는 것은 우리의 큰 행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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