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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필] '옛날'과 '시골'의 공감대

 나채운

 2009-10-13 오후 5:53:00  978

 

 

수필 ‘옛날’과 ‘시골’의 공감대

글 제목 「‘옛날’과 ‘시골’의 공감대」란 말은 얼른 보아서 합당치 않은 것처럼 생각된다. 왜냐하면 우선 ‘옛날’이란 말은 시간적인 개념이요, ‘시골’이란 말은 공간적인 개념으로서 서로 대응을 이루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문구는 시골에서 나서 자라난 사람이 고향을 떠나 오랜 도시생활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어린 시절(=옛날)과 동네를 잊지 못할 때 두 말은 마치 유의어(類義語)처럼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더욱이 설이나 추석 같은 명절을 당하여 고향을 찾게 되거나, 가지는 못해도 고향을 그리워할 때면 우리의 어린 시절과 자라난 마을이 뭉클한 향수 가운데 떠오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로 하여금 도시에서도 그러한 향수를 자아내는 것은 그 많은 음식점 중에서 ‘옛날’이란 말과 ‘시골’이란 말이 흔하게 쓰이는 사실로도 알 수 있다. 예를 들면 ‘옛날 짜장면’ ‘시골 된장’ 등이 있고, 우리 동네에서 손님이 가장 많은 식당 이름도 “옛날 남원골 시골 밥상”이라는 음식점이다.  

필자의 이 글은 이미 쓴 수필 제목인「‘고향’과 ‘어머니’의 공감대」가운데의 다른 두 말 ‘고향’과 ‘어머니’와는 또 하나의 공감대를 이루는 말이 된다. 그래서 이 네 가지의 낱말은 우리나라 대중가요 속에는 같은 가사 중에 한 무리를 이루는 말로 나타난다. 이제 이은상 작 사인 ‘가고파’란 노래에서 그러한 말을 찾아보자.

내 고향 남쪽 바다 그 파란 물 눈에 보이네

꿈엔들 잊으리요 그 잔잔한 고향 바다
.............................................................

어릴 제 같이 놀던 그 동무들 그리워라
.............................................................

가서 한데 얼려 옛날같이 살고지고

위의 가사에서 두 번이나 나오는 ‘고향’이라는 말은 으레 시골을 연상케 하고, 그 고향 시골에는 어릴 적에 같이 놀던 옛날 동무가 지금도 있어서 그립다는 것이다. 고향을 떠나서 인정이 없는 객지에 살면서 고향을 그리는 정이 물씬 나는 이러한 가사는 죽을 때까지 버리지 못하는 향수를 솟아나게 하는 촉매제가 아닐 수 없다.

식당 이름 가운데는 ‘장모네 설농탕’ 이나 ‘이모네 정식’ ‘언니네 해장국’ 등 장모나 이모 언니 등의 이름을 붙여 손님들의 인정과 구미를 끌기도 하는데, 장모나 이모나 언니는 다 여성으로서 남성 이상의 인정을 느끼게 할 뿐 아니라, 상대적으로는 어머니나 고모나 아우보다는 더 깊은 정을 느낄 수 있는 관계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옛날을 회상하게 하고, 또 으레 시골을 연상하게 하는 말은 큰 시장에 가면 전국 여러 곳의 특산물들을 마치 경쟁이나 하는 것처럼 내어놓고 큰 소리로 손님을 부르는 데서도 볼 수 있다. 이천쌀, 나주배, 성주 참외 영양 고추 등은 그 중 한 예이며, 음식 중의 전주 비빔밥이 전국적인 명성을 울리고 있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러면 우리는 여기서 사람들이 어찌하여 옛날을 그리워하고 시골을 그리워하는가에 대하여 한 번 주의를 기울여 보게 된다. 그러나 이것은 구태여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자명한 일이다. 첫째 사람은 누구에게나 옛날이 있다. 옛날은 누구에게나 어린 시절을 가리키는 말인데 그 어린 시절은 바로 동심(童心)의 세계를 불러 일으키기 때문이다. 둘째로 이 동심을 우리의 인정을 두고 말하면 가장 깊은 밑바탕을 이루고 있는 인간의 상정(常情)이기 때문이다. 학교를 두고 말한다면 바로 천진난만했던 초등학교 시절이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초·중·고·대학의 학교 동창생을 두고 볼 때에 가장 친한 친구는 초등학교 동창인 것은 누구에게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대다수의 사람에게 이 초등학교 동창생은 어느 시골의 초등학교이기가 쉬울 것이다. 그래서 말 그대로 ‘옛날’ 친구인 그들에게는 수십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 끈끈한 정이 깊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셋째로 시골에는 도시에서 볼 수 없는 자연이 있어서이다. 비록 말은 없어도 우리의 시야에 보이는 자연은 그대로 아름다운 한 폭의 그림이다. 봄의 꽃 동산, 여름의 녹음방초, 가을의 단풍이나 황금색 들판, 이 모두는 어쩔 수 없이 콘크리트 아파트 숲속에서만 사는 도시인들에게는 천금을 주고도 볼 수 없는 경관(景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옛날’과 ‘시골’은 우리로 하여금 그리움과 사랑의 정으로 공감대를 형성하게 하는 것이다.

(2009. 10. 3. 추석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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