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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언

 나채운

 2011-02-20 오전 7:10:00  931

 

 

 <한글을 ‘국보 특호’로        2011. 2. 14.              나채운>

-숭례문 복원을 앞두고 생각해 볼 문제-

3년 전 한 부랑자(浮浪者)의 방화로 국보 제1호인 숭례문이 소실된 이후 복원공사가 시작되어 3년 간에 상당한 진전을 본 듯, 올해 안에 동서 성곽이 복원되고 문루(門樓)의 목공사가 완료된다는 신문보도가 나왔다. 서울에 자주 드나들면서 용인시 수지에 있는 집에 올 때마다 숭례문 버스 정류장에서 5500번 버스를 타기 위해 숭례문 앞에서 기다리는 동안, 그 전의 소실된 숭례문을 추억하면서 머지않아 나타날 새 숭례문의 보다 나은 모습을 상상해 보면, 한 때의 섭섭함은 간 곳 없고 새롭게 단장한 장려(壯麗)한 새 숭례문을 볼 수 있는 날이 무척 기다려지기도 한다. 조선조 600년의 왕도 한성(漢城)에 사대문(四大門) 즉 속칭 ‘남대문’으로 불리는 ‘숭례지문’(崇禮門), ‘동대문’으로 불리는 ‘흥인지문(興仁之門)’, ‘서대문’으로 불리는 ‘돈의문’(敦義門), 북문으로 불린 숙청문(肅淸門) 등이 있는 중에서, 가장 사랑과 존대를 받던 숭례문은 서울의 정문(正門) 격이 되었기에 국보 1호로 지정을 받은 것이다.

‘국보’(國寶)란 한 나라의 역사적인 유물로서 영구히 잘 보존할 문화 예술적인 가치가 있는 것을 국법으로 지정하여 국가적인 보호를 받도록 한 것인데, 우리나라의 국보는 제1호가 숭례문, 제2호가 원각사지10층석탑, 제3호가 북한산의 신라진흥왕 순수비로 시작해서 153호에 이르고, 일견 숭례문과 비등하게 보이는 흥인지문(속칭 ‘동대문’)은 국보의 차위급(次位級)에 속하는 ‘보물 1호’(전체 574호에 이름)에 불과하며, 얼른 보기에 규모의 웅장함으로는 남대문과 동대문은 별 차이가 없어 보이나, 그 세부적인 수법으로는 상당한 차이가 있어 국보와 보물로 달리 지정이 된 것이다.

국보 제1호인 숭례문의 복원이 머지않아 끝날 시점에 이르면서 국민들 사이에서는 차제에 국보 제1호를 숭례문으로 하지 말고 한글로 하자는 제의가 나오고 있다. 세종대왕이 창제한 훈민정음(한글)을 그 역사적인 의미로나 문화유산적인 가치로나 숭례문보다 더 우위에 올리고자 하는 정신과 의도는 백번 환영할 제의이나, 그 방법에서는 한 가지 문제가 있다고 본다. 즉 한글을 국보 제1호로 지정하는 경우에는 숭례문의 서열은 국보 제2호가 될 것이고, 그 다음으로 제153호에 이르기까지 순차적으로 그 지정번호가 한 순위 씩 밀릴 수밖에 없으니, 그것으로 큰 혼란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필자의 제안은, 이미 주장한 바가 있지만, 훈민정음은 “국보 특호”로 지정하자는 것이다. 특호는 말 그대로 제1호에 우선하는 것이요, 그렇게 하면 153호에 이르는 모든 번호가 하나 씩 밀리는 혼란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상과 같은 조치는 애초에 국보를 지정한 그 당시에 마땅히 했어야 할 것이었으나, 그 당시는 우리나라(대한제국)가 일제에 강제병합을 당하여 우리의 역사와 문화, 따라서 문자나 언어까지도 말살당할 뻔한 위기에 처해 있었기 때문에 우리의 말글을 앞세워 주장하는 일은 일제의 형벌을 모면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때 일제는 우리 민족의 정신적 문화유산인 문자(한글)와 언어(한국어)를 말살하려는 정책을 쓰고, 단지 건축물이나 예술적인 유산만을 존속하도록 한 것이다.

우리 민족이 보존하고 보전해야 할 역사적 문화적 유산으로 말한다면 세종대왕이 창제한 훈민정음(訓民正音) 곧 한글처럼 우수한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데 이의가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훌륭한 성군(聖君)인 세종대왕은 그 업적이 실로 많지만, 그 가운데서 가장 빛나는 업적은 우리 민족의 고유문자를 창제한 것인데 거기에는 다음과 같은 특성이 있다.

첫째, 이 세상의 많은 나라와 민족이 문자를 가지고 있지만, 그 문자를 누가 언제 어떻게 창제했는지에 대해서는 분명한 기록이 없는데, 우리의 한글만이 그 역사적 사실을 가지고 있는 것은 참으로 독특한 것이다. 우리의 문자는 세종대왕이 1442년에 창제하여 1445년에 공포한 것이다.

둘째, 훈민정음 창제의 목적은 우리 민족이 고유의 말은 있어도 그것을 기록할 수 있는 문자가 없어서, 무식한 백성이 그들의 뜻을 잘 펼 수 없으므로 세종대왕이 그들을 가엾게 여겨 우리의 문자를 만든 것으로서, 거기에는 우리나라가 중국의 문화로부터 자주 독립하고자 하는 정신과 의지가 담겨 있는 것이다.

셋째, 훈민정음은 음소문자(音素文字, phonemic writing)로서, 자음은 인간의 발성기관의 모습을 나타내고, 모음은 천·지·인(天·地·人) 삼재(三才: 온 세상을 이루고 있는 세 가지 근본 바탕)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 그 유례가 없는 특장이다.

넷째, 음소문자인 훈민정음은 음절문자인 일본어와는 달리, 외국어를 거의 그대로 음역(音譯)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훈민정음’(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은 주시경 시대부터 ‘한글’로 불리었거니와, 그 뜻은 ‘한국’이라는 ‘韓’, ‘하나’(유일성), ‘큰’(大 ), ‘바른’(正)이라는 뜻을 가지게 되었다.

이상과 같이 훌륭한 문자이기에 유엔에서는 일찍부터 우리의 한글을 인류의 문화유산으로 지정하였고, 세계의 언어학자들이 그 과학적 우수성에 경탄하여 마지않는다. 그러나 이렇게 우수한 한글임에도 불구하고, 세종대왕의 창제의 목적과는 달리 실제적으로는 한문숭배사상 때문에 오랫동안 ‘언문’(諺文: 속된 글)으로 하대하여 온 것은 참으로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나 이 한글의 진가를 아는 지식인 학자들은 일제의 우리말 말살 정책에도 맞서서 싸웠고(예: 1942년의 조선어학회 사건 등), 마침내 1945년의 광복과 더불어 우리말을 도로 찾기에 이른 것이다.

이제 우리는 인류 역사상 유례가 없는 훌륭한 우리의 글을, 우리의 역사와 문화유산 중 가장 훌륭한 자랑거리인 한글을, 우리나라 국보 중에서도 달리 구별하여 ‘국보 특호’라는 영예를 더하는 것이 가장 시의(時宜)에 합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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