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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세이] "대중가요 속의 인생철학"

 나채운

 2012-05-27 오후 1:19:00  828

 

 


에세이 “
대중가요 속의 인생철학”   나채운        2012. 4.

 

나는 직업적인 가수나 어떤 특별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또 교수나 목사라는 신분을 가진 사람 중에서 말한다면, 비교적 대중가요(주로 1980년대까지)를 많이 아는 사람에 속할지 모르겠다. 그런 데는 이유가 없는 것이 아니다. 내가 초등학교 시절인 일제시대에 아버지가 일본에 여행을 갔다 오시면서 축음기(당시의 ‘유성기’)를 사오셔서 우리 동네 사람들이 우리 집에 모여서 골을 벗길 때 그 축음기를 틀어놓아 듣게 하였는데, 나는 어린 나이지만 그 노래소리를 듣고 그것을 다 머리에 기억하게 되었고, 나 자신 나이가 더 하면서도 그러한 대중가요를 좋아하기도 하였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는 그 때는 우리 동네 같은 시골에서는 간혹 소위 유랑극단이 와서 연극(당시 말로 ‘신파’)이나 가요무대나 만담(당시 이를 ‘바라에테쇼‐’라고 불렀는데 후에 영어를 배워서 알고 보니 ‘variety show’였다) 등을 하고, 동시에 그 지방 동네 사람 중에서 노래 잘 하는 사람도 등장시켰는데, 그때는 내가 선발되어 노래를 불러 칭찬과 갈채를 받기도 하였다. 이러한 일로 나는 지금도 대중가요를 꽤나 많이 알고 있는 편인데, 그 가운데서 특별히 나의 관심을 끈 것은 인생과 고향에 관한 노래의 가사를 비교적 많이 알고 때로는 부르기도 하는 것이다. 

그러한 대중가요 가운데서 특별히 내 관심을 끄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최희준이 부른 ‘하숙생’이라는 노래이다. 그 이유는 이 노래의 가사에는 깊은 인생철학이 있기 때문이다. 이제 먼저 그 가사를 옮겨보면 아래와 같다. 

1절: 인생은 나그네 길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

구름이 흘러가듯 떠돌다 가는 길에

정일랑 두지 말자 미련일랑 두지 말자

인생은 나그네 길 구름이 흘러가듯

정처 없이 흘러서 간다 

2절: 인생은 벌거숭이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가

강물이 흘러가듯 여울져 가는 길에

정일랑 두지 말자 미련일랑 두지 말자

인생은 나그네 길 강물이 흘러가듯

정처 없이 흘러서 간다  

가사의 내용으로 보면 철학적인 것 이상으로 종교적인 것이라고 할 만하다. 첫 소절에서 “인생은 나그네 길”이라 한 것은 백년설의 힛트곡 “나그네 설음”을 연상케 하는데, 백년설의 “나그네 설음”이 현세의 인생에서 과거회고적인 것(“지나온 자국마다 눈물 고였네”)을 노래한 데 대해 “하숙생”에서는 현세를 떠나 내세에로 가는 여정까지를 언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2절의 “인생은 벌거숭이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가”가 그 사실을 말하고 있다. 이 부분은 신약성경 디모데전서 6장 7절의 “우리가 세상에 아무 것도 가지고 온 것이 없으며, 또한 아무 것도 가지고 가지 못 하리니...”란 말과 일치하는 것이며, 인생의 허무성이 “공수래 공수거”(空手來 空手去)라고 하는 말과 일치하는 것이다.  

한편 이 가사는 1절 후반부에서 인생(현세)을 부정적으로 보고 이 세상에 정이나 미련을 두지 말라고 한다. 이것도 다분히 허무적 인생론이다. 구약성경 전도서 서두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 …(중략) 눈은 보아도 족함이 없고, 귀는 들어도 차지 아니 하는도다”. 신약성경에는 또한 다음과 같은 베드로의 인생고백이 있다. “모든 육체는 풀과 같고 그 모든 영광이 풀의 꽃과 같으니, 풀은 마르고 꽃은 떨어지되 오직 주의 말씀은 세세토록 있도다”(벧전 1:24).  

금년에는 유난히도 4월이 거의 다 가기까지 꽃샘추위가 계속되어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었는데, 지난 주간에 며칠 비바람이 불어 그 동안 만발했던 봄의 전령사(傳令使) 벚꽃이 하룻밤 사이에 다 떨어지고 마니, 성경 한 구절과 더불어 인생의 허무감을 느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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