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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주의자의 '살생죄'

 나채운

 2013-09-01 오전 9:27:00  519

 

 


인도주의자의 ‘살생죄’ (
2013. 8. 22.)

 

‘인도주의’(人道主義, Humanitarianism)라는 말의 사전상의 정의(定義)를 보면, “인종·나라·종교 따위 차별을 초월하여 모든 사람의 평등한 인격을 알아주어서, 인류 전체의 안녕과 행복을 꾀하는 것을 이상으로 하는 주의”라 되어 있다. 이 정의에서는 어디까지나 인간을 기준으로 하고 있거니와, 우리가 이 사상을 동물의 차원에까지 확대할 수는 없는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그러면서 문득 두 가지 사상이 떠오르는데 그것은 우리나라 역사상의 세속오계(世俗五戒)와, 20세기의 성자라 불린 슈바이처의 생명경외의 사상이다.  

우리나라 신라시대의 고승(高僧) 원광법사(圓光法師)는 화랑도의 계율로서 소위 ‘세속오계’(世俗五戒)를 지었는데 그것은 ‘事君以忠’(임금을 섬기되 忠으로써 하고), ‘事親以孝’(부모를 섬기되 효로써 하고) ‘交友以信’(친구를 사귀되 믿음으로 하고) ‘臨戰無退’(전장에 임해서는 후퇴를 하지 말며) ‘殺生有擇’(죽이거나 살림을 가려서 할 것) 등이었다. 이상에서 살생유택이 인간의 생명을 두고 한 말이냐, 무릇 생명을 가진 모든 동물까지를 포함하느냐에 대한 의문이 있으나, 아마 불교적인 견해로 본다면 동물의 생명까지를 포함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슈바이처의 생명 경외(Reverance)의 사상은 그로 하여금 마침내 “20세기의 성자”로 불리기에 이르렀으며, 그의 생애의 말년을 람바레네 섬의 나환자촌에서 그들을 보살피며 보내게 되었다. 그는 의학을 비롯하여 철학 신학 등 6개 분야에서 박사학위를 가지고, 지난 20세기 말에는 아인슈타인과 더불어 “20세기의 2대인물”로 회자(膾炙)되기도 하였다. 내가 이 글에서 언급하고 싶은 것은 슈바이처의 생명 경외의 사상이며, 그것을 나의 한 가지 경험과 연결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나는 매일 아침 잠자리에서 일어나면 곧 우리 아파트 뒷쪽에 있는 잔디공원으로 산보를 나간다. 거기서 30분 동안 걷기와 운동(체조)을 하면 이른 아침의 찬 공기를 마시고 우거진 숲으로부터 풍겨 나오는 수목의 향기에 기분이 상쾌하다. 그리고 숲길과 잔디밭 걷기 운동을 하는데 먼저 걷기 운동으로는 한 바퀴 160보 길을 열 번 돌고 몇 가지 운동기구에 매달려서 운동을 즐긴다.  

그런데 걷기운동을 하면서 나는 한 가지 고민거리에 부닥쳤다. 그것은 내가 걷기운동을 하면서 적지 않은 살생을 하는 것을 지각(知覺)하게 된 것이다. 내가 걷는 길에 적지 않은 미물이 내 신발 밑에서 죽임을 당하는 것이다. 거기에는 지네도 있고, 개미도 있고, 다른 이름조차 모르는 미물(微物)들이 적지 않은 것을 알았다. 내가 살생을 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나님의 생명 창조 중에서 가장 존귀한 것이 인간임은 틀림없지만, 그렇다고 다른 생명은, 비록 미물이라도 마음대로 살생을 해서 되는 것은 아니다. 나는 내가 매일 아침 운동을 하면서 나도 모르게 살생을 하는 그 미물들에게 사죄를 하고 싶은 마음을 가지거니와, 이것을 인도주의 사상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인도주의사상은 인간이 인간임으로서 가져야 하는 생명 경외의 사상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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